날들/의식의 흐름
-
취향날들/의식의 흐름 2019. 12. 11. 09:30
(2017. 12. 26. 22:28) 지금까지 취향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본 적 없이 그저 좋아하는 마음으로 즐기기만 해왔다면 최근에는 취향을 가지고 유지하는 것에 대한 필요조건에 대해 생각한다. ㅡ취향이라는게 뭐냐고 물으면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고 간단하게 대답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시간을 들이는 줄도 모를만큼 즐거운 마음으로 시간을 들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취미라고 정의하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겠으나 내가 수동의 영역에 있을때는 취향, 능동의 영역에 있을 때는 취미가 되는 거 아닐까 싶다.ㅡ 취향을 가지고 유지하는데에 여러가지 조건들이 있겠지만 요즘 가장 간절하게 필요한 조건 중에 하나는 나의 취향에 함께 열광하고 공감해 줄 사람, 같은 취향의 결을 가지고 그 영역을 확장시켜 줄 ..
-
.날들/의식의 흐름 2016. 11. 26. 11:02
글을 쓰는 것도 읽는 것도 내 일상에서 많이 멀어진 요즘이다. 책을 읽고싶다고 생각했다가 요즘은 사실 기사 하나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기가 힘들어진 것을 느낀다. 글을 꼼꼼하게 읽는 법을 잃어버린 마냥 집중이 힘드네. -매일매일 스트레스로 점철되던 나라를 떠나왔음에도 몇가지는 여전하고 몇가지는 또 전혀 새로운 문제들이 있다. 어쨌거나 나쁜 것들은 전부 내가 내 나라를 벗어나지 못해서 생겨나는 일들이다. 빨리 벗어나야지. 어렸을 때는 내가 내 부모의 자식인게 인생에 유일한 원망스러운 점이였다. 나의 타고난 불운을 극복했다 생각하고 마음이 조금 초연해진 이후로는 줄 곧 내 국적이 가장 원망스럽다. 너무 피로하다. 이것도 극복이 되는 날이 오겠지. 이렇게 도망치는 마음으로라도 계속 자리를 옮기다 보면 내 맘..
-
-날들/의식의 흐름 2016. 8. 25. 13:45
-나에게 나이먹음은 경험치+5 의 연속인데 모든 일에 양면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 '경험'이라는 요소만큼 날카로운 양날의 검도 없다 느낀다. '이런건 겪어봐서 알아' 라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면서도 어쨌든 이미 겪어봐서 아는 그 불쾌함의 경험은 결코 겪어보지 않은 것처럼 되진 않는다. '그건 그거고, 이건 또 다를꺼야'라는 생각이 '그 때 겪어보고도 또 당하냐'가 될까봐 벌벌 떤다. 그렇게 이런저런 좋고 나쁜 경험을 지나면서 과연 내가 더 현명해지고 있나. 그래서 그런 일들에 대해 다음에는 어떻게 대처할지 내가 충분히 생각을 해봤나. 자문해봤는데 내 답들은 어느시점 이후로 점점 단순해졌더라. '다음엔 이런 일들에 발 담구지 말자. 도망치자.'로 모든 나의 답이 수렴되면서 여기까지 온 이 상황에 내가 ..
-
.날들/의식의 흐름 2016. 6. 30. 00:29
꽤 커다란 변화를 앞두고 있는데 아직도 실감이 안난다. 원래 내가 준비를 착실하게 잘하는 타입이 아닌건 알고있었지만 이젠 이대로 괜찮을까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준비를 열심히 해도 마음대로 되는게 없는걸. 오늘 내 플랜B가 폭파됐다. 이제 배수진이다. 상황은 한발짝만 삐끗하면 끝장날 것 같은 서바이벌인데 난 또 그냥 될대로 되라는 식. 마음대로 되는게 없는 건 그냥 너무 당연한 일이라 이제 이런일에 허무감도 못 느낀다. 하다보면 다른 기회가 또 있겠지. 내가 생각지 못했던 좋은일도 있을꺼다. -나는 엄청난 노력파도 아니고(엄청 게으름) 뭐 특별한 재능이 있지도 않은데 그래도 나는 이대로 인생이 망하진 않을거라는 믿음이 있다. (이미 망해있어..)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라기보다는, 그냥 세상에 엄청나게..
-
.날들/의식의 흐름 2016. 5. 15. 03:05
몇 주 전에 친구들이랑 술을 마시면서 충격적인 소리를 들었는데, 오랜만에 나 자신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가 되었다. 친구가 했던 말은 내가 너무 논리적이고 그게 다소 공격적이고 예민해서 대화가 편치 않았다는 말이였다. 1. 대화의 전제 내가 논리적이고 공격적이고 예민하다는 말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였다. 나는 내가 그렇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어서 미리 양해를 구하기도 하니까. 양해를 구한다는 뜻은 내가 당신에게 예의 없거나 무례하게 굴 일은 없겠으나, 의견은 다소 직설적으로 표현하니 놀라지 말라는 의도이다. 내 생각을 강요하거나 다른 의견을 폄하하지 않으니 예의에 어긋났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배려한답시고 하는게 저정도 양해를 구하는 수준이 나로써는 최선이다. 지금 이 문단을 적어내려가며 이상하게 ..
-
-날들/의식의 흐름 2016. 2. 28. 22:15
흔들리는 줄도 모르고 낯설다 싶은 느낌에 문득 옮겨진 자리를 확인할만큼 느리고 담담하던 감정들이였다. 근데 막상 실체를 마주하니 날 선 말들로 무장을 하고 과장된 표정을 내보였던 것 같다. 그게 그 애를 마주해서인지 술 때문이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취하는 날이 너무 오래 전이라 내 주사가 어땠는지 기억해내는데도 오래걸렸다. 음. 술에 취해서였던 것도 같다. 취할 때 감정이 과장되는 편이라 잔뜩 신이 나기도 하고, 곧 잘 화를 내기도 했더랬지. 특히 소주를 마시면 몸이 힘들어져서 걸핏하면 짜증을 내고 화를 내는 것 같다. ㅡ화를 낸다고 누굴 패거나 소릴 지르는 것은 아니고, '내가 알아서 할테니 이제 좀 가라.' 하는 맨 정신엔 못하는 말을 내뱉는다거나, '사는게 존나 거지같다.' 는 주제로 억울함을 호소..
-
-날들/의식의 흐름 2016. 2. 21. 00:59
일단 펜을 들어 점을 찍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대로 선을 그어나가기도, 다시 점 몇개를 찍어내기도, 금방 손을 떼어버리고는 점 하나 찍힌 허망한 여백만을 남기기도 했다. 개의치 않았던 것 같다. 망치면 찢어발겨 공중에 날려버려도 그 나름의 기분을 만들어내왔다. 하지만 어느지점부터는 나에게 남은 종이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을 깨달았다. 더 이상 남지않은 연습장의 얄팍한 옆면만 보며 신중해지다가 겁에 질리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동안 버려지는건 종이가 아니라 나였다. 수 많은 나의 움직임이, 나의 시도가 버려지고 남겨지길 거부당했다. 그런 일들 앞에서 더 이상 쿨하게 웃어넘기며 아님 말고 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그치만 그만 버려지고 싶다고 생각해봤자 소용이 없다. 누구에게 애원할 것인가. 어차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