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어리 4,3월
2014.04.05 토
#1
시간이 없다보니 방 정리도 찔끔찔끔 오래걸려서했다. 거의 끝나간다. 도배 새로 했더니 새 집에 이사온 것 같네. 아 깨끗하고 엄청 좋음. 무슨 약품으로 가구도 다 닦았더니 새 가구 같다. 쾌적하고 편안한 공간이 되었다.
대청소 할 때마다 느끼는건데, 버릴만한 건 과감하게 버릴 줄 알아야한다. 필요도 없는데 괜히 자리만 차지하는 거 진짜 많다. 물론 추억이 있거나 괜히 정이 들어서 버리지 못하는 것들이 있긴 하다. 근데 정이 들었어도 물건 자체가 매력이 없으면 결국 버려진다. 그 추억이 나와 계속해서 소통할 수 있는 물건들이 계속 곁에 남는다.
아아. 그런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고 싶다. 구석에 쳐박혀서 자리만 차지하는 물건이 아니라 사람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 물건. 쉽게 버려지지 않는 물건.
#1-2
버린다는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물건뿐만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고민도 많고 오랜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버려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일단 버리고나서 후회하는 일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내 손을 떠나면 나를 후회하게 할 좋은 점 조차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버림으로써 해결이 된다면 과감하게 버리도록 하자. 대부분 나중에 필요할까봐 못 버리고 쳐박아두게 되곤 하는데 나중같은 건 없다. 올해 들어서 제일 많이 느끼는 게 이거다. '나중에'라는 말은 그냥 없는 말이다.
지금의 나는 그것이 필요가 없고, 불편하고, 내 상황에 방해가 되었기 때문에 전부 버렸다. 그리고 지금과는 상관없이 그것이 나에게 필요해진다면 나는 그것을 다시 찾을 것이고, 얻으려 할 것이고, 취할 것이다. 딱 내가 필요한만큼만 노력하겠지. 어쨌거나 장담할 수 없는 나중을 위해서, 혹시나, 만일을 위해서 지금을 참아내고 두고보는 일을 너무 오래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이런식으로 생각하면 얼마나 나는 쓸모없는 인간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도 나를 찾지도, 얻으려 하지도, 취하려 하지도 않으니까. 하. 이런 생각은 불편하니 버리자.. 으이씨. 그래. 쉽게 버려지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도 중요하다.
#1-3
사실 당장은 누가 나를 찾고, 얻으려하고, 취하려 하는 그 상황이 썩 달가운 상황은 아닌게 위안 아닌 위안이 된다. 그렇다고 쓸모없는 사람이 되고싶은건 당연히 아니다. 지금의 나는 누가 찾는대로 찾아지고, 얻어지고, 취해지는 인간이 아니기를 자초하고 있다.
#1-4
필요한 것이 '되는 것'과 필요한 것을 '얻는 것' 둘 중에 어느 쪽에 집중하겠냐고 하면 나는 8할이 후자다. 그 편에 훨씬 더 큰 만족감을 얻는다. 전자에 집중한 인생은 일년 남짓 살아보면서 나는 그런 천사같은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호구가 되는 느낌이였다. 물론 방식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오래 쓰여지는 사람이 아니라 쉽게 쓰여지고 버려지는 사람이 되기 십상이다.
할 수 있는걸 하지말고 하고싶은걸 하면서 내가 필요한 것을 쥐어나가면서 그저 나 자신한테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오래 쓰여지는 사람이 될 확률이 높다. 물건도 똑같다. 이런저런 기능들이 어지럽게 섞여있는 것들 보다는 본질에 충실한 물건들이 훨씬 더 오래쓰여지고 더 오래 사람과 소통하지 않나.
2014.03.30 일
#1
모든 이야기가 다 흥미롭지는 않다. 그리 되었다. 내 이야기도 재미가 없다. 요즘은 책만 읽는다. 책은 억지로 나를 설득하지 않아서 좋다.
#2
아무도 흔들지 않아서 흔들리지 않는 생각이 무슨 소용인가 싶다. 평생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만 만날 수도 없고, 지금처럼 누구의 생각도 마주치지 않으며 살아갈 수도 없다. 누군가 세차게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을 견고한 생각을 가지고 살고싶다.
2014.03.19 수
그 동안 입 밖으로 내뱉었던 '혼자가 편하다.'는 말은 외로운 나를 자위하는 말에 불과했다. 고립을 스스로 선택한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평안이며 안식이다. 뭐가 소통이고 뭐가 대화인지 모르겠으나, 맘에 있지도 않은 말을 내뱉고 공감할 수 없는 말에 상대와 비슷한 표정을 짓는 것을 소통이라 부르진 않으리라. 몇 시간 남짓 사람 마주쳤던 날 이틀 내내 두통에 시달렸다.
온전한 나 자신으로 있어도 좋을만큼 진실한 상대가 있기를 바랬던 어린 나날도 있었지만, 실은 누구의 앞에 서더라도 진정한 자신으로 머물 수 있을만큼 스스로의 온전함이 무엇인지를 인지하고 그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작위를 피할 수 없을 때에는 위선보다는 위악을 택하는 것이 자신을 지키기에는 수월할 것이다.
2014.03.11 화
#1
진지한데 심각하진 않다.
#2
일관성을 좀 가져볼까 한다. 포용력도 함께 지고 가보자.
#3
싫음 그냥 마는거지 이런저런 말 붙히지 말자. 그렇게 붙혀나간 말들에 책임질 수 있나.
2014.03.08 토
#1
서늘한 새벽, 막 떠오르는 햇볕에 눈 찡그리는 순간이 기분좋다는 걸 다시 느끼는 요즘이다.
#2
마음이 무거워지는게 싫다. 이게 언젠가 또 컨트롤 되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지금은 충분히 되고도 남으며 이런 상태가 좀 더 적합한 시기이다.
감정이 일정 이상의 질량을 가지면 저항이 힘들어져서 고스란히 내가 지고 가야하는데, 그런게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닌 것도 아닌 것이. 감정이 무게를 가지면 행동이 제한되는 법이다. 게다가 그 때의 생각들은 논리보다는 착각에 가까울 때가 많아서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 날이 더 많을 수 밖에 없다. 오히려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많은 행동을 하는 편이 무언가를 바꿀 수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
나는 너무 무거운 마음을 지고 살아온 날들이 많았다.
2014.03.02 일
#1
편안한 상태가 행복은 아니다.
불편함을 깨고나가는 그 순간이 늘 행복이였다.
#2
배려는 암시로 하는게 아니라 확실하게 잘 알고 해야 하는 것이다.
모르면 물어보고, 원하는게 있으면 말하자. 산뜻하고 간단하게. 솔직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