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력이 넓어졌다가 좁아졌다가 하며 시기에 따라 여전히 기복이 널뛰기를 한다. 요즘은 타인이 쓰는 단어 하나에 예민해지고, 어떤 말에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또 어떤 말은 도무지 그저 다른 것이라고 인정하는 일이 어려워졌다. 변화무쌍한 내가 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내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는 것인데 그런 불편한 감정을 어디로든 뿜어낸다는 것이 문제다. 문제라 여기다가 문제인가? 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요즘도, 아직도 그러고 있다.
한 편으로는 내가 뭐가 그리 잘났다고 남들에게 틀렸네 마네 하고 있는건지 모순된 스스로가 여간 불편하다. 그리고 이런 불편함을 나만 느끼면서 사는건가 싶기도 하고 괴상한 박탈감같은 것을 느낀다.
항상 옳게 살지도 않는 내가 누군가에게 "그건 좀 아닌거 같은데." 라고 했을 때, 아무도 "아니긴 뭐가 아니야." 하고 반박하지 않는 이가 하나도 없어서 지루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어디까지가 옳고 그름이고 어디까지가 다른 것인지 가늠할 대화가, 나를 설득하거나 인정하게 할 뭔가 다른 관점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내 불편한 말들에 돌아오는 대답은 "아닌거 나도 알지." 정도다. 그럼 지루함을 넘어서 짜증이 난다. "어디까지 뻔뻔해질껀데?"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겨우 다시 삼킨다. 아마 다시 연락이 와도 바쁘다는 핑계가 그 말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 삼킨 말의 잔재로 새어나온 표정이 이미 그들로 하여금 나에게 연락하지 않게 만들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나도 잘난 거 없다. 근데 난 스스로 맞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잘못되었다는 인식이 있다면 그만하자고 마음 먹으면서, 적어도 부끄러워하는 표정은 하면서 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