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들/의식의 흐름

언제나 미완

nogone:: 2024. 10. 8. 16:46

휘몰아치는 혼란한 소용돌이도 언젠가는 가라앉겠지. 알아도 그 안에 있을 때는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아서 불안에 몸과 마음이 다 먹혀있었다. 이제서야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불순물들의 모양을 바라보는 중. 

 

그리워하던 게 뭐였지. 어디로 가든 결핍이 없는 삶은 없군. 날 힘들게 하던 것들에게서 벗어나고자 온 인생을 다 썼는데 이제는 같이 안고가야 할 것임을 알아. 그 전에도 알았지만 머리로 알던 것과는 다른 느낌. 여기도 거기도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있어봐서 아는거라 낭비한 느낌은 아닌게 다행이라면 다행.

 

언뜻보면 그렇게 힘들 것도 없는데 그냥 그런 기분이 익숙해서 억지로 만드는 고통인가 싶기도 하고. 이런 기분 느껴야만 살아있는 느낌인 내 자신이 안쓰럽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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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가라앉는 흐린 날씨가 더 좋아지는 요즘. 간간히 비추는 햇볕을 머금는 덜자란 듯 한 나무들을 한참 바라보면서 다시 입에 무는 담배도 그런 기분 만드는 데 또 한 몫 하고. 그냥 그렇게 멍하니 앉아서 머릿 속에 부유하는 생각들만 쳐다보다 하루가 다 가는데. 그렇게 좀 붕 떠있는 시간을 가져야지 결심해도 그런 하루들이 나아가는 느낌 전혀 안주는게 또 괴로워서. 정말 어쩌라고 싶은 요즘. 

 

거기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들을 좀 더 명확하게 바라본 뒤 각오와 함께 다시 방향을 선택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건 뭔지. 싫어서 피하는 것 말고, 떠밀려서 가는 것 말고, 내가 손에 쥐고 싶은 것, 향유하고 싶은 것, 동력이 되는 것, 살고싶은 느낌, 살아있는 느낌 주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