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gone:: 2026. 3. 7. 21:00

시원한 아파트 덕분에 한결 수월하게 여름을 보내고 다음 계절을 기다리는 중. 사무실 에어컨이 너무 추웠던 탓인지 올여름엔 여름옷을 많이 못입은 느낌이 조금 아쉽다.

 

사무실은 길 건너로 이사를 했는데 책상 간격도 넓고 내 자리에서 나무가 많이 보이는 창문이 가깝게 보여서 개방감이 좋아졌다. 직장생활은 이제서야 적응이 좀 되었는지 주 5일 일을 하는게 이제 그렇게까지 버겁지 않다. 이래저래 잘 안맞는다고 느껴졌던 부분도 이제는 어느정도 조율이 되어서 많이 안정적인 느낌이 든다. (그래도 여전히 주 3일만 일하거나, 주 5일 하루에 4시간만 일하는 삶을 꿈꾼다..) 간간히 이직도 계속 기회를 노리고는 있지만 요즘은 이직보다 다른걸 더 준비해야되나 싶다.

 

아무래도 테크업계에 있다보니 AI 발전속도에 유의주시하는 중인데, 한동안은 금새 내 롤이 대체될까 엄청나게 불안해하다가 요즘은 오히려 좀 즐기는 중이다.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시점보다 내가 회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시점이 먼저 오는게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은.. 매일같이 쏟아지는 기사들에서는 이게된다 저게된다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막상 직접 써보고, 업계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면 아직 유의미한 생산성을 내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이유는 대체로 회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기존 시스템이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AI가 이걸 맥락에 맞게 다 파악하는게 현실적으로 아직 불가능한 느낌. 왜냐면 그 맥락이 다 문서화 되어있지 않거든..ㅋ 그리고 AI는 아직 지 나름의 논리를 양보하는 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 회사생활이란게 그런게 아닌데 말이여.. 

 

그래서 혼자서 아예 처음부터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쓸모가 있는 것 같다. 아예 AI랑 같이 처음부터 시스템을 구축해나가면서 최대한 lean하게 가려고 하면 뭔가 되긴 될 것 같음. 새 맥북 오면 이것저것 시도해봐야지. 

 

회사도 적극적으로 AI 시도하는걸 장려하고 서포트 해줘서, 회사 자본으로 이것저것 실험해 볼 수 있다는 거 자체가 당장은 좋은 포지션에 위치하고 있는거 같아서 감사할 따름이다. 근데 또 저번주에 다른 팀에서 두명이나 잘리는 걸 봐서 불안함도 전혀 없지는 않은데..

 

뭐.. 이게 얼마나 멀리 있는 미래를 예측하면서 살아야할지 요즘은 감이 전혀 안온다. 예측 자체가 불가능함. 그래서 그냥 그때 그때 대처를 잘 하는거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다는 결론이다.

 

-

새 맥북오면 디제잉 연습도 본격적으로 해볼 것이다..! 디제잉 디제잉.. 말만하고 이제까제 왜 못했냐. 아직도 내 인텔칩 맥북이 음악을 틀기만 하면 버퍼링이 걸려서였지.. 다음주면 새 맥북이 온다!! 

 

어렸을 때 막연히 나이먹으면 새로운 음악이 좋게들리지 않을까봐 겁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다행이 아직 그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진짜 꾸준히 새로운 장르로 취향이 확장되고 새롭고 좋은 음악 들으면 도파민 싹 도는 경험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임윤찬 이후로 클래식음악도 종종 듣게되었고, Afrobeat, Amapiano도 몇년 전부터 완전 사랑에 빠진 장르.. 디제잉에 관심가진 이후로 bpm이 빠른 음악들도 좋아하게 되었다. 대학생때 월디페 꾸준히 갔던거 보면 EDM을 전혀 안좋아했던 건 아닌 것 같지만 또 막 찾아듣는 장르도 아니였는데 요즘은 트렌드 따라 Jersey Club, UK Garage, Baile Funk, DnB 등등 골고루 너무 좋음. House는 여름이면 꾸준히 찾아듣던 장르 중 하나인데 요즘 다시 유행하는 것도 재밌다. 물론 장르음악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니고 그 안에서도 베이스 사운드가 좋아야 좋게 들린다. 하이노트 위주의 뿅뿅거리는 EDM은 여전히 못 듣겠고.. 음악을 좀 뜯어 듣다보니 음악에 쓰인 악기소리 퀄리티에 따라 좋고 싫고가 나뉘기도 하는 것 같다는 새로운 깨달음 모먼트도 생겼다.

 

지금은 비주류초대석에서 허키가 추천한 앰비언트 음악을 틀어놨는데 이것도 나의 플리로 당장 들어와... 듣는 음악이라기보다 틀어놓는 음악이네. 가구같은 음악이 정말 딱 맞는 표현이였다ㅋㅋ

 

 -

멜번에 온 이후로 생각보다 마음이 잘 맞는 친구들을 금방 찾아서인지 대부분의 주말에 약속이 있는 편이다.

 

저저번주에 너무 소란스러운 주말을 보내고.. 저번주는 의도적인 집콕주말을 보냈다. 그리고 이번주에 재택을 좀 더 많이해서 그런지 이번주말은 내일 약속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혼자 목적없는 외출을 함. 혼자 외출하는거 좋아하는 편인데 아무래도 주말에 약속 잡히면 남은 주말은 집에서 쉬어야해서 혼자 집밖에 나가서 노는게 정말 오랜만이였다. 

 

동네에 오가닉 식료품점 겸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책도 좀 읽다가 우연히 친구가 사달라고 부탁한 수제비누도 발견해서 구입하고, 식물가게에서 한참 구경하다가 화분도 하나 샀다. 고사리류의 양치식물이 예뻐보인다. 옆동네 푹신한 소파가 있는 펍에 가서 책을 마저 읽을까 했는데 동네를 걷다보니 금방 지쳐버려서 공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무래도 사람이 없고 조용한 곳이 좋겠다 싶어서. 

 

처음에 앉았던 벤치는 그늘이 없어서 몸이 계속 축나는 느낌만 들다가 나무그늘 아래 벤치로 옮기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쉬는 느낌이였다.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았다. 해가 강하지 않은데 그렇다고 우중충하지도 않았고 종일 살랑이는 바람이 불었다. 민소매를 입고 나갔더니 바람이 팔을 쓸고 지나가는게 다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다. 헤드폰도 안끼고 있었더니 분수소리도 들리고 새소리도 들리고. 사방으로 둘러싼 초록빛에 눈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였다. 책을 읽다말고 초록이 가장 많은 방향으로 몸을 틀어 앉아서 내내 초록을 구경했다. 진짜 음악도 안듣고 한참 초록만 구경했다.

 

가까이있는 초록, 멀리있는 초록, 땅에 있는 초록, 하늘을 가린 초록, 노랑같은 초록, 검정같은 초록, 흔들리는 초록.. 그러다 초록 사이로 지나가는 새도 보고, 오래된 나무기둥도 보고, 걸어가는 사람도 봤다. 

 

그러고보니 팔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는 것들만 보고 살았네. 이렇게 살면 안된다. 나를 팔 길이 남짓 벽 안에 가두고 살면 안되지. 죽어서 정지된 것들만 보고 살면 안된다. 살아숨쉬는 자연 속에서 더 시간을 보내야지. 흘러가는 구름, 흔들리는 나뭇잎, 날아가는 새, 떨어지는 물줄기, 미세하게 자라나고 피어나고 있는 식물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