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듣고

E-SENS - 독 / 정열의 방

nogone:: 2013. 10. 14. 19:41



시간 지나 먼지 덮인 많은 기억.
시간 지나면서 내 몸에 쌓인 독.
자유롭고 싶은 게 전보다 훨씬 더 심해진 요즘 

난 정확히 반쯤 죽어있어.

눈에 보이는 건 아니지만 난 믿은 것
그게 날 이끌던 걸 느낀 적 있지 분명.
그 시작을 기억해 나를 썩히던 모든 걸 비워내. 
붙잡아야지 잃어가던 것.

지금까지의 긴 여행.
꽉 쥔 주먹에 신념이 가진 것의 전부라 말한 시절엔
겁먹고 낡아버린 모두를 비웃었지. 
반대로 그들은 날 겁 줬지.
나 역시 나중엔 그들같이 변할 거라고 어쩔 수 없이.
그러니 똑바로 쳐다보라던 현실.
그는 뛰고 싶어도 앉은 자리가 더 편하대.
매번 그렇게 나와 너한테 거짓말을 해.

그 담배 같은 위안 땜에 좀먹은 정신.
어른이 돼야 된다는 말 뒤에 숨겨진 건 최면일 뿐 

절대 현명해지고 있는 게 아냐.  
안주하는 것뿐. 줄에 묶여있는 개 마냥. 
배워가던 게 그런 것들뿐이라서,
용기 내는 것만큼 두려운 게 남들 눈이라서, 
그 꼴들이 지겨워서 그냥 꺼지라 했지. 

내 믿음이 이끄는 곳.

그 곳이 바로 내 집이며 내가 완성되는 곳. 


기회란 것도 온다면 옆으로 치워놓은 꿈 때문에 

텅 빈 껍데기뿐인 너 보단 나에게.
마음껏 비웃어도 돼.

날 걱정하는 듯 말하며 니 실패를 숨겨도 돼.
다치기 싫은 마음뿐인 넌 가만히만 있어.
그리고 그걸 상식이라 말하지.
비겁함이 약이 되는 세상이지만,
난 너 대신 흉터를 가진 모두에게 존경을. 

이겨낸 이에게 축복을.

깊은 구멍에 빠진 적 있지. 
가족과 친구에겐 문제없이 사는 척.
뒤섞이던 자기 혐오와 오만.
거울에서 조차 날 쳐다보는 눈이 싫었어. 
열정의 고갈. 어떤 누구보다 내가 싫어하던 그 짓들. 
그게 내 일이 된 후엔 죽어가는 느낌뿐. 
다른 건 제대로 느끼지 못해. 
뒤틀려버린 내 모습 봤지만 난 나를 죽이지 못해.


그저 어딘가 먼 데로 가진 걸 다 갖다 버린대도
아깝지 않을 것 같던 그 때는, 
위로가 될만한 일들을 미친놈같이 뒤지고 지치며,
평화는 나와 관계없는 일이었고,
불안함 감추기 위해 목소리 높이며, 

자존심에 대한 얘기를 화내며 지껄이고 헤매었네 어지럽게,

누가 내 옆에 있는지도 모르던 때.


그 때도 난 신을 믿지 않았지만,

망가진 날 믿을 수도 없어 한참을 갈피 못 잡았지. 
내 의식에 스며든 질기고 지독한 감기.
몇 시간을 자던지 개운치 못한 아침.
조바심과 압박감이 찌그러트려놓은 젊음. 
거품, 덫들, 기회 대신 오는 유혹들. 
그 모든 것의 정면에서 다시 처음부터
붙잡아야지 잃어가던 것

급히 따라가다 보면 어떤 게 나인지 잊어가 점점.
멈춰야겠으면 지금 멈춰.
우린 중요한 것들을 너무 많이 놓쳐.







정열이 자리할 틈이 없던 우리 사이의 끝.
일자리 관두듯 서로를 떠났지 마치 기다린 듯.
서로의 존재감은 적당히 가볍게 유지해왔어.
너무 큰 흔들림이 없게.

내 결점 때문에 상대의 자리가 넓어지는 일.
그런 걸 기쁘거나 고맙게 받아들이기는 힘이 들어서 반쯤만 여는 맘. 
옛 일의 상처가 만든 그 못난 버릇과 사랑스럽지 못한 내 외모와 
서툰 나의 말과 행동에도 불구하고 난 너무나 나는 내 자신을 내세웠지.

성인의 방식이라 여겼던 일들이 실은 사춘기 같은 아집.
미래를 준비하는 네게 둘의 시간을 요구하고
열심일 뿐인 내게 재차 감정을 확인하던 서로를 귀찮아했지. 
부속품처럼 여긴 연애의 끝. 둘은 시간을 끈 것 뿐.

외롭던 삶의 괴로움들. 
그때로 반쪽의 자릴 항상 마련해놓던 내 힘든 인생 안의 애틋함.
웃기지만 관계의 시작은 그 애틋함을 깬 순간.

사랑의 부질없음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고
자긴 현명해서 사랑 따윈 없어도 괜찮은 척.
그래 니 친구의 애들 장난 같은 사랑.
어른스러운 넌 그 행복의 반도 못 따라가잖아.

뭔가 좀 병든 듯해. 말쑥한 차림으로 속을 숨기는 불구가 된 듯해.
'오 그대여 날 떠나지 마오' 촌스럽다고 여겼던 노랫말이 새롭게 다가온 이 정열의 방.
어떤 이의 집이 되지 못한 난 한 계절 이상을 못 버텨내는 천막.
가벼운 Sex얘기들이 섞인 한 잔. 그렇게 취한 중에도 연인을 원한 건 바로 나야.

제어돼 버린 너와 나의 거리.
똑똑해지고 싶었던 거지만 바보가 돼 버리는
열일곱이 되고 싶은 밤.  
난 어떤 끈을 놓쳐 버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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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좋다. 솔직히 이건 음악 안 듣고 가사만 읽어도 너무 좋다.

특히 정열의 방은 진짜 천재적인 표현력인 듯.

이 외에도 버벌진트 - Trouble, Leavin' 에서 피쳐링 한 곡도 듣고있으면 

딱히 공감할 수 있는 사건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이 마구 동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