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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치트키날들/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2026. 8. 23. 22:28
요즘 표면적으로는 생활에 큰 변화가 없는데 정신적으로 큰 고통 속에 살고있다. 직장도 있고 혼자 편히 쉴 수 있는 집도 있고 주변에 좋은 친구들과 적당한 거리로 잘 지내고 있고.. 1년 전만 해도 너무나도 바랬던 상황 속에 들어와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대로는 더 안되겠다는 마음만 커져간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잘 안 맞는게 큰 이유이기도 하지만, 오래 해오던 일 자체가 예전처럼 즐겁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고, 인생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회사를 위해 쏟는 것에 대해 이게 맞나? 싶은 마음이 자꾸만 든다. 따지고보면 회사를 위해 사는 것이라 할 수는 없고 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내 노동가치를 경제적 소득과 교환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얻은 경제적 소득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의 가성비를 따져보면 영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안든다. 노동에 할애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 노동해서 번 돈을 쓸 기운도 시간도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렇게 인생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게 뭔가 잘못됐다 이말이야. 직장인일 때는 퇴사하고 싶고, 백수일 때는 구직하고 싶은 이 영원의 굴레속에 한 지점이라 느껴질 때와는 좀 다른 것 같다. 궁극적으로 이 굴레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진다. 정말 진심으로 덜 일하고 더 벌고 싶다. 애쓰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었으면 좋겠고, 생계유지와 관계없는 시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내가 원하는 삶은 충분히 자고 개운하게 일어나서 운동하고 씻고 여유롭게 햇볕을 쬐는 오전을 보내는 일상. 경제적 가치로 환산시켜야 한다는 압박없이 순전한 나의 흥미와 욕구를 재료삼아 창작을 하고싶다. 음악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거나. 의미는 다 제쳐두고 그저 아름답기만 한 것을 만들고 싶기도 하고,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하등의 고민 없이 나 스스로를 파헤쳐서 적나라한 날 것의 뭔가를 꺼내놓는 작업을 하고싶기도 하다. 내 개인적 가치 이외의 가치를 추구한다면 마찬가지로 경제적 가치보다 정말로 도움이 필요하지만 닿지 않는 곳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고통을 느낀다면 사회적 기준과 내가 맞지 않다는 이유보다는, 스스로 정한 기준에 가 닿지 못했다는 이유로 고통스러워 하고 싶다.
내가 원하는 것들을 놓고 기도를 하다가도 나는 왜 이렇게 감사할 줄 모를까. 어째서 늘 새로운 욕심이 다시 차오를까. 하나님이 이런 기도를 기뻐하실까. 이 정도면 거의 금수저로 다시 태어나게 해달라는 수준의 허황된 욕심 아닌가.
혼란한 마음으로 몇 달을 보내며 만나는 친구들마다 고민을 털어놓았다. 대화를 한다고 뾰족한 수가 나오는 것도 아닌지라 답도 없는 배부른 고민같은 하소연을 하던 와중에 친구 우정이가 엄청난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그런 욕망과 기대를 채우지 못한 삶을 살아서 괴로운 것과, 욕망조차 없어서 편안하지만 인생이 허망한 것을 비교하면 무엇이 더 나은 것 같냐고.
재작년 한국에서 극심한 무기력으로 보냈던 1년이 떠올랐다. 기본적으로 삶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도 사라져서 먹는것도 씻는것도 싸는것도 귀찮았던 시기. 그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물고기가 살고싶어서 본능적으로 펄떡이는 것처럼 완전히 살아있는 느낌. 더 나은 삶을 살고싶다는 열망에 발버둥치는 고통으로부터 느껴지는 생명력에 감사하다는 마음이 갑자기 큰 파도처럼 들이쳤다. 그 날 대화는 금새 다른곳으로 또 흘러갔지만 그 날 이후로 매일 하루에도 아주 여러번 생각한다.
욕망이 있다는 것, 삶에서 바라는 점이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구나. 가진 것, 누리고 있는 것은 금방 익숙해지는게 인간 본성이라 그에 대한 감사가 금방 희미해지고 약간 억지 감사를 해야하는데, 바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 자체로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기다니.. 뭐가 내 뜻대로 안되는 상황 자체로도 감사할 수 있게 된거잖아..? 감사 치트키가 생긴 느낌이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꿈은 높고 현실은 시궁창으로 평생을 괴로워 했었는데 무기력했던 그 시간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의 욕망을 감사할 수 있었을까.
괴로웠던 그 시간도 하나님 계획안에 있었다는 것에 뒤늦게 또 감사. 지금의 괴로움도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든 구원이 있을 것. 내가 아무리 애써도 이루지 못할 것 같은 꿈들도 하나님 보기에 맞는 때에 맞는 방식으로 쉬이 이루실 것. 그러나 다른 어떤 바램들보다도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사는게 나의 가장 큰 욕망이기를.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 -요한복음 14장 27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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