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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켜낼 것
    날들/의식의 흐름 2015. 2. 1. 03:38



    어제 밤에는 이어폰을 끼고 잠을 청했다. 오랜만에 듣기 좋은 음악을 발견해서 계속 듣고싶었다. 사실 이게 꽤 오랫동안 고치지 못하던 버릇 중에 하나인데 어느샌가부터 그냥 조용히 자게 되었다. 어릴 때는 여러가지로 숙면하기가 어려운 상황들이 있었다. 그래서 이어폰을 끼고 잠을 청하기 시작했는데, 어쨌거나 음악을 듣기 위함이 아니라 다른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함이였음으로 다른 소리가 비집고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볼륨을 높혔어야 했다. 그게 아마 열여섯 무렵이였을 거고, 스물 초반까지도 확실히 거진 매일 그랬다. 언제부터 그렇지 않는 날이 더 많아졌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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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 사실 빌려보는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제는 책을 살 돈도 없다. 이런 찌질한 이야기를 하려던 것이 아니고, 오랜만에 혼자 어릴 적 살던 동네로 터벅터벅 걸으니 기분이 좋았다는 얘기를 하고싶었다. 그러고보니 예전에는 참 많이 걸었다. 학교 다닐 때는 꼭 몇 정거장 미리 내려서 30분 정도 걸어서 집으로 왔다. 아빠는 위험하다고 큰 길로 다니라고 항상 이야기 했지만, 나는 좀 더 조용하고 숨을 편히 쉴 수 있는 좁은 길들을 찾아다녔다. 집에서 작업이 잘 안되거나, 동생이랑 싸우거나, 좋아하는 남자한테 연락을 하고싶은데 하면 안될 것 같은 상황(이게 뭐야)이면 집 밖으로 나가 한참을 돌아다녔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면 발에 물집이 생기고 터지고 피가 나도록 걸어다니기도 했다. (사실 쪼리를 신고 걸어서 발이 그렇게 됐지.) 그리고 좋아하는 남자한테는 결국 연락을 늘 하고말았다. 하하 아무튼 왠지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음악 따라 허공을 흔들며 걷는 일이, 그러는 동안 이런 저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가 또 뒤섞이는 일이 무척 오랜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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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연락하지 못하고 지낸 친구의 글을 보았다. 종종 그 친구 생각을 하게 되었었는데, 이럴 때 너랑 이야기하면 좋았을 껄 하는 순간들이 몇 번 있었던 것 같다. 나한테 되게 좋은 사람이였다. 나한테 좋은 영향을 많이 주고 여러가지로 참 좋았는데, 무엇보다 내가 감성적으로 솔직하게 표현해도 포용해주는 사람이였던 것 같다. 속으로는 뭔 생각 했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겉으로 그걸 유치하게 여긴다거나 하진 않았다. 그리고 그 친구 또한 감성적인 부분이 있어서 나도 곧 잘 그리 되는 것 같았다. 아무튼 그 친구가 쓴 글을 읽어내려가며 나도 모르게 마음 속으로 맞장구를 치거나, 뭐 그에 상응하는 응답들을 하고 있었다. 그런 나를 알아채고는 이상하게 혼자 쪽팔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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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기분들을 굉장히 오랜만에 느꼈고, 한동안 감성에 젖어 살던 과거의 나를 바라보며 유치하고 부끄럽게 여기는 날들이 많았다. 그런 기분들이 나를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에 발 묶여서 거기에서 위안받으며 지내는 시간이 많으면 그럴 수 있다. 그런 날들 도 많았다. 지금은 뒤돌아 보지도, 앞을 내다보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 같다. 과거의 나를 지우면서 감성적인 요소들 또한 덩달이 지워졌달까. 내 감정에 빠져들지를 못하니 계산이 너무 많아진다. 쓸데없다 느껴지는 일들도 너무 많아진다. 그러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나의 기분도 나의 감정도 감성도 다시 돌려놓아야겠다. 방법은 모르겠지만 약간은 의식적으로 그 때의 습관들을 다시 들여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어폰을 끼고 잠들고, 걸으면서 생각하고, 이 시간에 깨어서 일기를 쓰고, 노트 귀퉁이에 낙서를 하고, 노랫말을 적어내리고, 음악을 악기마다 귀기울여 듣고, 버스에서는 스마트폰 대신 창 밖을 구경하고, 가끔은 친구들과 전화로 수다를 떨고, 달이 밝게 뜨거나 비가 내리면 산책을 나가고 뭐 그런 사소한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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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NO-G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