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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못하고 있다.날들/의식의 흐름 2015. 2. 26. 22:49말을 예전만큼 나오는대로 막 뱉어내지 못하고 있다. 하여, 글을 써야겠다 생각은 더 많이 하게 되는데 여전히 생각만 한다. 잠 들기 직전에 적어야겠다 싶은 글자들이 떠오르는데 어쩔 때는 온 방 안이 가득차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을 때도 있다. 요즘은 그런 때를 감지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기도 하지만 역시 정말로 몸을 일으켜 적어내리지 않으면 다음날 아침은 기억해낼 것이 있었는지도 모르게 텅 빈 상태가 된다. 여전히 과거에 위로받고 있는 내 모습 중의 하나인데, 예전에는 그런 날들을 몸이 참지 못하고 어떻게든 종이 위에 옮겨놓은 뒤 잠에 들고는 했다. 요즘은 정신이 몸을 이기지 못하는 날이 훨씬 더 많다.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본능이지 싶다. 편안한 몸에 한 번 익숙해지니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인간답지 못하다는 느낌까지 들어서 요즘은 이상한 피해의식도 생기는 것 같다.-말을 예전만큼 나오는대로 막 뱉어내지 못하고 있다. 하여, 하지 못한 말들을 혼자 골라 볼 때가 있다. 이 말 하지 않길 잘했지 하는 말들이 더 많아서 그 기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에게 잘 없던 일이라 생소하다. 무작정 말을 참는다기보다, 때를 기다리는 법을 배우는 듯 하다. 목구멍 아래 맴도는 말은 언제 어떻게든 사라져 없애야만 하는데, 이전에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뱉어버렸다. 될 대로 되라는 생각에 미치기도 전에 말이 먼저 나갔다고 하는 편에 가깝다. 그런 말은 내 목구멍에서 사라지는 동시에 어딘가 누군가의 귀에 담기는 말이 되는데, 결국은 어디엔가는 남는 말이기에 언제 어떻게 또 내 귀로 날아올지 모르니 별로 좋지 않은 습관이였지. 그에 비해 이 말이 쓸모있을 말인지 아닌지 기다리는 작업을 거치고, 쓸 데 없는 말이 되었을 때 그 말들은 그냥 증발이 되어 그 어디에도 남지 않는다. 그게 요즘 좋다. 말이 소멸될 때의 안도감. 그걸 한 번 알고 나니 말을 속에서 잠시 묵혀두는 기분도 조금 즐기게 되었다. 묵히는 정도야 괜찮지만 물론 썩어서 뱉으면 안된다. 너무 참았다 말하면 말이 고약해지는 듯. 아무튼 여전히 쓸모 있는 말이라 여겨질 때는 반드시 하고야 만다. 정작 쓸모 있을지 없을지는 뱉어봐야 아는지라 말을 한다는 것 자체에 약간의 두려움이 생긴 것이 부작용이지만, 이 두려움을 없애려면 아마 생각을 더 많이 하고 말에 확신을 가지는 것만이 방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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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대로 막 뱉어내는 듯한 누군가의 말이 감당이 안되었다. 그래서 그 애에게 네가 그런 말들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했는데. 그 이후로 달라진 것은 그 애가 딱 그 말을 하지 않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데도 내가 감당할 정도가 되었다. 말이 없어도 느낄 수 있는 것이 내가 보아야 할 것이라고 항상 생각하지만 어쨌거나 말이란게 존재하는 이상 그 영향력이 무척 크다는 것을 요즘 새삼스럽게 느낀다. 또 최근에는 나는 항상 하던 말들을 했을 뿐인데 그걸 다르게 받아들이는 상대를 보며 적잖이 당황스러울 때도 종종 있었다. 오가는 말의 주변에는 말 하는 사람의 기분, 말을 듣는 사람의 기분, 앞서 했던 말과 뒤에 할 말, 억양, 표정 등등 많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대화를 만들낸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머리가 아파진다. 정말로 서로를 제대로 이해한 대화라는게 존재는 하는 것일까. 나부터가 형편이 없다. 상대가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있음에도 불고하고 나서서 정정하지 않고 넘어갈 때가 있다. 물론 대개 오해한 내용이 이해해야 할 내용보다 상대에게 편안한 상황일 경우가 그렇다. 나는 나름대로 상대가 편할대로 생각해도 상관 없는 일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것이지만, 사실 그건 내가 판단할 내용은 아닌데. 알고있지만 이해시킬 의무도 없으므로 하지 않았다. 이딴식으로 생각을 하고나니 나를 또 이딴식으로 대할 누군가가 분명히 있겠지 싶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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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믿지 말자는 말은 말이 너무 쉽기 때문이 나온 말일 것이다. 그렇지만 말이 쉬워지기까지의 과정은 얼마나 길고 어려웠나. 말을 하지 못하던 시절의 나는 온 얼굴이 터지도록 얼마나 울면서 말 같지도 않은 말들을 했었던가.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말이 얼마나 쉬운지 가늠이 된다. 언어를 익히다보면 하고싶은 말을 하기위해 눈이 허공 어딘가를 떠돌며 단어를 찾고 순서를 맞추며 더듬더듬 입으로 나오는 과정을 지난다. 이 때는 말이 머리에서 자꾸 맴도는게 답답하다. 이러다 모국어로 돌아가 말을 시작하면 확실히 말이 뇌를 거치지 않고 그냥 나온다는 것을 온 피부로 느낀다. 이렇게 생각하면 진짜 말이 너무. 너무너무너무 쉽다. 이걸 어떻게 믿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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