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들/의식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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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날들/의식의 흐름 2024. 11. 23. 15:58
나도 모르게 떠올라버리는 생생한 꿈들은절대로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아불길한 예감을 동력으로 걷는 밤 그 시절의 노래를 아무리 들어도 그 때의 기분을 찾을 수 없어서왜일까 무엇 때문일까 충분히 슬퍼지지도 않는 건조한 마음으로 슬퍼했었는데 어처구니 없게도 이유는 가로등이였더라붉고 낮은 가로등과 덜 자란 나무들그게 단번에 나를 다시 그 기분으로 데려다놓는다 다시 너로 돌아온 것 같다는 말을 듣는 요즘나는 무엇일까 나잇값 못하는 듯한 물음표를 아직도 던지는 내가 어이없어 허 웃음이 나와 이런 어지러운 기분이 나인가불안이 나인가 슬픔이 나인가 억울함이 나인가이러나 저러나 인생은 고통이랬는데혼란한 내가 돌아온 것에 대한 이상한 반가움도 있고그렇담 명확해지기 위해 머리 싸매는 게 나인가또 그냥 이쯤 해두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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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미완날들/의식의 흐름 2024. 10. 8. 16:46
휘몰아치는 혼란한 소용돌이도 언젠가는 가라앉겠지. 알아도 그 안에 있을 때는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아서 불안에 몸과 마음이 다 먹혀있었다. 이제서야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불순물들의 모양을 바라보는 중. 그리워하던 게 뭐였지. 어디로 가든 결핍이 없는 삶은 없군. 날 힘들게 하던 것들에게서 벗어나고자 온 인생을 다 썼는데 이제는 같이 안고가야 할 것임을 알아. 그 전에도 알았지만 머리로 알던 것과는 다른 느낌. 여기도 거기도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있어봐서 아는거라 낭비한 느낌은 아닌게 다행이라면 다행. 언뜻보면 그렇게 힘들 것도 없는데 그냥 그런 기분이 익숙해서 억지로 만드는 고통인가 싶기도 하고. 이런 기분 느껴야만 살아있는 느낌인 내 자신이 안쓰럽기도 하고. -기분 가라앉는 흐린 날씨가 더 좋아지는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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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삶의 모양날들/의식의 흐름 2024. 1. 27. 23:14
달리기만 하던 삶이 잠깐 멈추었다. 실은 멈춘 동안에도 달려나갈 방향을 모른채 제자리 걸음을 종종 하고있었던 것 같아. 늘 있던 자리가 싫어서 도망치기를 목적으로 한 달리기. 머무는 곳들이 늘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도망칠 구실을 또 찾느라 바빴는지. 달리기를 위한 달리기였나. 왜인지 끝이 없는 달리기. 달리고 있을 때는 뒤를 볼 수 없다. 타의에 의해 멈춰진 삶에 겨우 억지로 한숨 돌리며 뒤돌아보는 시간. 어떤 조건들이 충족되어야만 가질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유나 행복, 실체없는 것들을 쫓아온 날들이 보인다.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트랙 바깥에서 나뒹구는 작은 행복과 사랑들도. 삶을 단정하고 아름답게 꾸려나가는 사람들을 찬찬히 본다. 불안정한 삶이라 말로는 투덜대지만 눈가에도 입가에도 평화로움이 흐르는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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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정체성날들/의식의 흐름 2020. 10. 25. 14:32
#1 오춘기인가. 자아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서른 넘어서 또 하고있다. 그간 나를 스스로 수식할 수 있는 말들이야 많이 있었겠으나 그래봤자 학생, 직장인, 여자 같은 평범한 말들이였을것이다. 수식이라기보다 카테고라이징을 구지 하자면 그런 역할 안에 놓여져 있는 거겠지만..? 그 역할 속에서 다들 성실하게 모범생, 유능한 회사원, 착한 딸, 사랑스러운 여자 등등.. 이 되기 위해 열심히 살고있다. 그에 반해 나는 그 기준에서 거리가 좀 있어서 종종 불성실한 학생, 당돌한(버릇없는) 신입, 이기적인 장녀로 불렸다. 그럴 때마다 쭈구리 같은 마음이 들긴 했지만 잠깐이고(?) 왜인지(...) 크게 개의치 않고 살아왔다. 나한테 별로 중요한 역할이 아니였던 것 같다. 내가 중요하게 여겼던 정체성은 따로 있는데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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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되는 것날들/의식의 흐름 2020. 9. 27. 22:18
#1 거실에 앉아 햇살 받으며 망고를 먹으니 기분이 좋다. 요즘 망고가 달달하니 맛있어서 자주 사먹는다. 오늘 창 밖으로 보는 날씨는 화창하니 볼 만 한데 막상 나가면 바람이 정신없이 분다. 마땅히 나가 놀 것도 없지만 더 집에만 있게되는 주말이다. 요즘 근황은 이래저래 만족스럽지가 않다. 그래서 이렇게 작지만 기분좋은 순간들이 더 감사한 요즘이다. 굳이 따지고 들면 먹고 살기엔 딱히 부족한 것도 없고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없는데 너무 정체되어 있는 느낌이다. 살다보니 기준이 높아져서 집이나 직장같이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들이 맘에 들지 않아 요즘 디폴트 기분이 불만족스러움인데, 차근차근 해나가지 못하고 좀 우왕좌왕.. 뭐 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정신이 없다. (위염과 환절기 비염에 골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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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범당한다는 느낌도 나의 세계가 존재할 때나 온다.날들/의식의 흐름 2020. 4. 13. 11:20
#1 최근에 이사를 했다. 이전에 살던 집은 보딩하우스라 여러사람이 각각의 방에 사는 기숙사같은 곳 이였다. 방에 작은 창문이 하나 있었고 공간도 나에겐 충분히 넓었다. 시티에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가깝고 트레인역과 마트, 공원 등등 위치가 참 좋았다. 비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엔 벽에서 비가 새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서 별 불만없이 2년 넘게 잘 살았다. 그런데 욕실을 같이 쉐어하는 옆방에 아주 매너가 없는 사람이 이사를 들어오면서 매일 매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결국은 이사를 하게 되었다. 호주에서 이사를 꽤 많이 했는데, 이제 이사를 자주 하기엔 짐이 많아져서인지, 살고있던 집이 가성비가 꽤 괜찮았어서인지 집을 결정하는데 시간이 제법 오래걸렸다. 2년 넘게 만족하면서 살았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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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2날들/의식의 흐름 2019. 12. 11. 09:32
(2018. 8. 19. 20:43) 취향의 정의에 대해서 죽 생각하게 된다. 나의 정체성, 감성의 결, 과거의 적층, 관계의 시작을 만드는 매개체. 나열하자면 긴 리스트가 될 것이다. 나의 선택에는 늘 이성적 판단이 끼어든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감정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결정도 생각을 통과한다. 그에 비해 취향은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 좋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좋아지는 것이고 왜 좋은지도 모르게 빠지게 되는 것이다. 선택을 한다기보다 선택을 당하는 편에 가깝고, 판단이나 생각보다는 감정과 본능에 훨씬 더 가까운 결과물이리라. 취향에 맞는 음악이나 글, 영화를 만나는 일은 일생에 거쳐 늘 기다리는 우연이다. 그렇게 좋아하는 것들 주변에서 맴돌다 보면 같은 우연의 순간들을 기다리고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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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날들/의식의 흐름 2019. 12. 11. 09:31
(2018. 4. 18. 00:17) 요즘 생각이 너무 게으르다. 좀 더 나은 인간이, 잘 하는 디자이너가 되고싶다는 욕심도 밍숭맹숭하고 새로운 기술이나, 사회가 어떻게 더 나빠지고 또 나아지고 있는지에 대한 흥미도 많이 떨어졌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내 표현이 퍽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책도 멀리하고 지냈기 때문이 분명하다. 정보나 지식적인 생각들 이전에 내 감정과 내 상황, 관계에 대한 성찰이랄까. 아니 이런 표현은 너무 진부하고 그냥 그런 것에 대한 생각조차도 너무 게으르게 하고있다. 사실 생각이 게을러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끊임없이 느끼고 있다.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생각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 잠들지 못했던 밤이 허다했다. 그 때는 생각에 끝맺음을 내야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