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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회고
    날들/1 년이 지남 2021. 2. 16. 21:22

    벌써 2월 중순이니 연말회고라고 하기에는 너무 늦었지만 여유가 조금 생긴 김에 써보는 2020년 회고. 

     

    모두가 그렇듯이 나도 코로나의 영향을 받아 예상치 못하게 일어난 일들을 처리하고 수습하느라 한 해를 다 보낸 것 같다. 좋을 때와 그렇지 못할 때의 갭이 유난히 컸는데, 울며 겨자먹기로 혼자서 어떻게든 헤쳐나간 나에게 너무 고생했고 수고했다고 토닥토닥 해주고 싶은 한 해였다. 지나고보니 한 뼘 성장해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제는 정말 독립적인 어른이 된 느낌이다.

     

    좋았던 일부터 복기해보자면, 호주에는 코로나가 조금 늦게 도착한 편이라 1월 2월은 유럽과 뉴질랜드 여행으로 정말 행복하게 보냈다. 그 전에는 여행할 기회가 없어서 여행이 좋은지 어쩐지도 모르고 살다가 처음으로 마음먹고 여행을 했다. 낯선 공간들과 경험들은 그 때마다 다른 감각과 감동으로 특별하게 다가왔는데, 그런 감정과 순간들은 단순한 기억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내면 어딘가에 각인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경험들이 어떤 자양분으로 내면에 자리잡는 것이 생경하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제법 강렬하기도 했는가보다. 이렇게 여행에 막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는데 코로나가 브레이크를 걸어서 무척 아쉽다. 언젠가 또 여행다닐 수 있겠지.

     

    두번째는 3월에 이사간 곳에서 혼자 조용하고 정돈된 시간을 보낼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나의 주변과 일상을 잘 가다듬고 꾸려나가는 것의 가치를 피부로 느끼고, 의식적으로 시작하게 된 시점이었다. 인생의 어떤 터닝포인트라고 느껴질만큼 내면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 혼자서 그냥 잘 먹고 잘 살 수 있겠다는 예감일지 욕망일지 헷갈리던 시기을 넘어서 이젠 정말 행복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환경에 영향을 잘 받는 사람으로서 공간의 힘이 엄청나다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달았고, 그만큼 나를 좋은 환경 안에 놓아주는 것이 앞으로의 인생에서 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나를 잘 가이드해주신 상담선생님께도 큰 도움을 받았다.

     

    좋았던 일은 크게 이 두가지 인 것 같은데, 그냥 저냥 대충 좋았던게 아니라 정말 엄청나게 행복했고 신선한 경험들이였다. 이를 제외하면 사실 2020년은 힘들었던 일이 더 길게 자주 왔다. 버티는 느낌, 정말 존버하는 기분으로 점철된 한 해였다. 

     

    일단 건강에 문제가 많았다. 위염이 몇 번 도져서 위내시경을 했더니 장상피화생 진단을 받았고 그 이후로 나는 지금 술과 커피와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모두 끊었다. 인생의 몇가지 행복을 잃은 느낌이지만 어쩔 수 없지.. 허리 디스크도 잠시 문제가 생겨서 누워있지 않은 모든 시간을 고통스럽게 보냈던 시기가 있었고, 볼더링 하면서도 자꾸만 팔에 힘줄에 문제가 생겨 자주 아팠다. 글로 쓰니까 세줄밖에 안돼서 좀 억울한데 고통을 겪는 시간은 엄청 길고 불안하고 힘들었다..ㅠ

     

    그리고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 일은 이사를 세번이나 했다는 것이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어쩔 수 없이 이사를 했어야 했는데 전부 그 과정이 고달팠다. 많은 시간과 체력과 돈을 낭비했다. 정말 캘린더에 인스펙션 일정으로 빼곡해서 무슨 다른 일을 했는지 모를만큼 일년 내내 인스펙션을 다녔고, 거처가 불안정하니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마지막 거처는 내가 직접 부동산과 아파트를 계약했는데, 처음 경험하는 일이여서 그랬는지 아주 개..고생을 했고, 생활가전과 가구들을 사고 어쩌고 하는것도 너무 힘들었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여기저기 물어보고 도움받아서 꾸역꾸역 해결되었지만... 지나고 난 지금에서야 돌이켜보면 어른으로서 꼭 배워야 할 것들을 배우고 넘어간 것 같긴 하다. 그치만 이렇게 스파르타로 배우지 않았어도 좋았을텐데 흑흑.. 언제까지 이 집에 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사 나갈 때 별 일 없었으면 좋겠다.

     

    직장일이나 재태크같은 다른 이슈도 있었지만 일년 단위로 마무리되는 일들이 아니라 그건 나중에 따로 리뷰해보는게 좋을 것 같다. 아무튼.. 너무나 힘들었던 2020년. 정말 올해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보냈다. 너무나도 힘든 와중에 정말 중요하고 꼭 필요한 일들은 필요한 시점에 잘 해결이 되어서 순간순간 다행이다 싶고 늘 감사한 마음이기도 했다. 

     

    올해는 기쁘고 즐거운 일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인생이 늘 그렇듯 물론 오르락 내리락 하겠지만, 어떤 상황 속에서도 늘 감사하고 겸손하게 성장하는 한해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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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NO-G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