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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 회고
    날들/1 년이 지남 2022. 1. 2. 00:19

    #1 커리어


    올해 가장 큰 변화는 이직이였다. 작년부터 이직을 오랜시간동안 꾸준히 시도했었는데, 정말 핏이 잘 맞는 인연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인터뷰, 연봉협상, 비자까지 별 막힘없이 술술 진행됐다.

     

    이전 회사와 비교해보자면, 포지션도 다르고 회사 성격이나 규모도 달라서 적응해야 할 점들이 많았다. 몇달동안 매일 반나절 이상을 미팅하면서 보내기도 했고, 입사한지 2주만에 회사 전직원이 참여하는 전체미팅에서 내 디자인을 프레젠테이션 하게 되는 극한의 상황에 빠지기도 했었다. 그런 경험 처음이라 진짜 아찔..했으나, 다행히 반응이 좋아서 결과적으로는 나한테 좋은 기회였었다.

     

    현 회사에서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써 프로덕트 전반에 걸쳐서 큰 그림을 그리는데 관여를 훨씬 더 많이하고 결정권도 영향력도 큰 편이라 처음엔 무척 부담이 되었다. 지금은 그냥 이게 내 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하고있다. 회사가 현재 유지보수보다는 새롭게 기획해서 시작하는 일들이 많은 시기인데, 그동안 부족했던 경험을 빠르게 쌓을 수 있는 기회라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단점이라면 엄청 바쁘고 많은 혼란을 감당해야해서 회사 자체에 시행착오가 많고 이로 인해 개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에너지 소모가 많다.

     

    일하는 방식도 커뮤니케이션 하는 빈도도 다르다보니 초반에는 또 언어문제로 좀 고생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금방 익숙해졌다. 어떤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하는지 파악하고 익숙해지는데 한두달 걸린 것 같다. 초반에는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매니저에게 상담을 하기도 했는데, 전혀 문제가 느껴지지 않는다며 아무런 솔루션을 주지 않아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냥 새 포지션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에서 얻는 혼란을 언어문제로 내가 착각하나 싶기도 하다. 당연히 언어문제가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님.. 시각자료 없이 하이레벨에서 추상적으로 대화를 할 일이 많은데 내 생각만큼 효율적으로 설득력있게 전달하지는 못해서 아직은 답답함을 많이 느낀다.

     

    하지만 이렇게 스스로 모자라게 느껴지게 일하고 있는 와중에 정말 생각지도 않게 입사한지 6개월만에 승진 오퍼를 받아서 너무 신나고 기쁘기도 했다. 이전 회사들에서는 항상 연봉인상을 요청하고 협상하느라 진땀 빼고 스트레스 받았었는데, 회사쪽에서 먼저 나를 알아주고 인정받는 경험이 처음이라 너무 기뻤다. 잠시 우쭐해지는 듯한 기분도 있었지만 금방 다시 겸손해지는 시간이 왔다..ㅎ

     

    이제는 언어 수준을 높히지 못하면 리더급으로 올라가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설득력을 높히는 것도 큰 과제이지만, 더 큰 과제는 언어가 나의 적극성에 장애물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제는 비지니스 목표에 디자인을 맞춰나가는게 아니라 디자인과 유저니즈를 통해서 비지니스 목표를 제안하는 단계에서 일을 해야하는데 말을 설득력있게 할 수 있을거라는 자신감이 떨어지니 나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적극성도 자연스레 떨어진다. 어떻게 언어 수준을 높혀나갈지 구체적으로 방법을 생각해보고 공부해야겠다. 

     

    그리고 매니저와 몇 달 전부터 커리어패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어서, 슬슬 방향을 명확하게 잡아야 한다. 피플매니징까지하는 리드 포지션으로 갈껀지, 계속 디자인 전문가로써 프린시플 포지션으로 갈껀지.. 현재 회사에서는 리드포지션으로 가도 실무를 놓진 않겠지만, 현 회사를 떠나서 전체 커리어를 봤을때 리드포지션으로 가면 실무에서는 점점 멀어질텐데 그래도 내가 즐기면서 일할 수 있을지, 팀원들을 매니징하는 일이 나에게 잘 맞을지 아직 잘 모르겠다.

     

    당장은 포지션 자체에 대한 욕심보다는 더 큰 규모의 회사에서 일하는 건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더 큰데.. 사실 비자때문에 내년에 당장 이직은 어려울 것 같다. 회사에서 대답을 원하는 만큼, 당장은 포지션 방향성 정하는게 우선순위겠지. 급하게 욕심부리지 말고 차근차근 또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이다. 어쨌든 감사하게도 커리어적으로 변화도 성취도 많은 한 해였다. 


    #2 인간관계

    올해는 좋은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났다.

     

    일단 이번에 입사하게 된 회사 규모가 좀 있는 편이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여러 동료들과 일하며 좋은 친구가 되었다. 이전 회사에서는 동료들 사이에서 내가 '외국인'이라는 정체성이 너무 분명하게 느껴졌고 이로 인한 소외감도 제법 느꼈었다. 물론 사무실에서 같이 농담도 하고 다들 친절했지만 왠지 모를 벽이 느껴졌달까. 같이 일하는 동료 그 이상으로는 결코 발전할 수 없는 분위기였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이직한 회사는 정말 다국적이라 내가 외국인인게 전혀 특별할 일이 아니다. 동료들이 먼저 점심이나 저녁을 함께 먹자고 다가와주고, 주말에도 따로 약속을 잡아 만나서 놀게 되면서 개인적으로 친해지졌는데, 이게 나에게는 좀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온다. 회사 동료들과 개인적인 친구 관계로 발전하는 그런 자연스러운 일들을 호주에서는 이제서야 경험하는 듯 하다. 여기서 학교를 나온게 아니다보니, 호주에서 지금까지의 친구들은 대체로 '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연결고리로 만나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였다. 그게 나쁠 건 전혀 없었지만, 단지 이런 일상적인 연결고리로 생긴 인연 자체가 나한테 너무 오랜만이라 좀 생소하다. 이제까지의 내 삶이 '해외생활'이라는 조금은 특별한 상황이였다면 이젠 크게 특별할 일 없는 '일상적 삶'에 가까워진 것 같다.

     

    회사 밖에서도 올해 새롭게 친해진 친구들이 많다.이전 직장동료들과도 종종 연락을 주고받고.. 호주 생활한지 이제 5년이 넘었는데.. 네트워크가 점차적으로 늘어난게 아니라 올해 갑자기 2에서 10으로 늘어난 느낌.

     

    물론 일년 내내 계속 좋은 관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비교적 관계에 있어서는 나쁜일들이 나한테 영향을 크게 주진 않았다. 좋은 사람들 많이 알게되어서 감사한 마음이 더 많았던 한 해. 내가 받은 다정함과 친절함을 또 되돌려줄 수 있기를 바래본다.

     


    #3 코로나

    인생이 그렇듯 아주 고통스러운 시간도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락다운이 3개월 넘게 걸리면서 아무도 못 만나고 집에 고립되어 지낸 시간은 정말 혹독했다. 그런 완벽한 고립으로 느끼는 외로움은 사람을 약간 미치게 하더라.

     

    딱히 무슨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혼자 일하다가 외로워서 눈물을 줄줄 흘렸던 날도 있었다. 사람을 너무 못 만나니 마트에서 인사해주는 직원이 다 고마울 정도였음. 친구나 가족들과 계속 영상통화를 하며 교류를 하긴 했는데 결코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이였다. 사람 만나지 않는게 얼마나 큰 부자연스러움인지 느낄 수 있었다. 메타버스가 미래니 뭐니 해도 실제 교류하는 것을 완벽히 대체할 수는 없겠다고 경험으로 깨달았다. 정신적으로 정상범위를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해져서 심리상담도 다시 받아볼까 했었지만 락다운이 제한이 조금씩 풀리면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과 같이 산책하고 그러다보니 금방 괜찮아지긴 했다. 이 때의 외로움을 연애에 대한 허기로 잠깐 착각하기도 했는데.. 뭐 역시나 락다운 풀리고 친구들 만나기 시작하니 그런 욕구도 사라졌다. 

     

    암튼 다시는 이런 일 없기를..


    #4 경제

     

    좀 다른 방향으로 돈돈 거렸던 한해였다. 맨날 돈이 없어서 서러웠던 지난 대부분의 날들과는 다르게 올해부터는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돈에 대한 생각도 대화도 많았던 한해였다. 가난이 인생 전반에 걸쳐서 큰 패널티처럼 느껴졌던 나한테는 꽤 큰 변화다.

     

    소득에 대해 먼저 말해보자면, 일단 이직과 승진으로 인해 근로소득이 유의미하게 늘어났다. 이전 직장에서 워낙 적게 받고 있었기에 적정한 마켓레인지로 올라갔을 뿐임에도 불구하고 연봉차이가 꽤 크다. 근로소득을 더 빠르게 높여서 시드를 모으고 싶은데 비자때문에 당장은 어떤 액션을 취할 수는 없는 것이 아쉽다.

     

    올해는 주식투자도 공부하고 테스트해보는 단계를 넘어서 나름대로 투자를 시작한 단계에 들어섰다. 시드가 작아서 뭐 엄청난 소득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나름의 포트폴리오를 꾸려놓고 조정장이 올 때마다 큰 망설임 없이 매수하는 ETF와 주식이 생겼다. 주식은 사실 재작년에 시작했는데 그 때는 너무 초보라 적극적으로 투자를 못했다. 첫 etf 투자한 시점에서 지금 시점 비교하면 수익률 100%가 넘기 때문에, 장이 너무너무 좋았던 지난 2년동안 적극적으로 했으면 참 좋았겠다 싶지만.. 이런 생각 해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것도 이젠 안다..ㅋ 그래도 1년 내내 수익률 20-30% 유지하고 있었으니 나쁘지 않은듯. 내년에는 성장세가 지난 2년처럼 좋진 않을거란 전망이 많아서 얼마나 주식에 투자를 하게 될지 모르겠다. 크립토나 NFT도 기웃거리고 있지만 너무 time consuming할 것 같기도 하고 리스크가 크게 느껴져서 쉽사리 손을 못대고 있다.

     

    소득이 늘어난 만큼 소비도 제법 늘어났다. 우선 재작년 말에 코로나의 여파로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렌트비, 공과금으로 나가는 고정비가 늘어났다. 렌트비를 내는 것도 그렇지만, 부동산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리서치하다보면 시드니는 정말 집 값이 너무하다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사는 건 내 삶의 질을 너무나도 만족스럽게 높혀주고 있기 때문에 딱히 또 아깝다는 생각은 안든다. 지금은 시세에 비해 무척 저렴한 가격에 살고있는데, 내년에 계약이 끝나면 높아져있는 시세가격에 맞춰서 많이 오를까 걱정이다. 이사를 또 하게 될런지..

     

    그리고 이제는 삶의 질을 확실히 높힐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소비를 하는 편이다. 그동안 살아온 습관이 있어서인지 여전히 덜덜 거리면서 열심히 최저가를 알아보고 가성비 따져서 구입하긴 하지만.. 오히려 자잘하게 배달시켜먹고 이런게 좀 쓸데없는 소비였던 것 같다. 내년에는 큰 돈 들어갈 일들이 좀 있을 것 같긴 한데, 계획적으로 잘 써야지 싶다. 


    #5 신앙생활 

     

    올해는 코비드 때문에 온라인 예베로 전환되고 직접 나가야되는 부담이 줄어서인지 예베를 거의 안빠지고 매주 열심히 드렸다. 그래서 올해 신앙심이 좀 더 깊어진 것 같다. 마음이 안 좋을 땐 하나님이 알아서 해주시겠지 맡기고, 마음이 좋을 때는 감사한 마음이 드니 이러나 저러나 신앙생활하는게 내 정신건강에 크게 도움이 된다.

     

    신을 믿는다고 늘 복 받는 삶을 살게되는 것은 아니지만 인생이 어려울 때나 좋을 때나 그것이 내 탓도 내 덕도 아니라는 마음가짐으로 사는건 좀 더 평안에 가까운 날들이 많아지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건 마냥 상황을 긍정적으로 본다기 보다 오히려 객관적으로 보게된다고 느낀다. 이전에는 평소에 그럭저럭 괜찮게 흘러가는 날들은 거의 의식도 기억도 되지 않고, 안 좋은 이벤트가 있을 때만 그 상황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몰입하게 되기 쉬웠었다. 이제는 감사기도 하다보면 오늘의 좋았던 일과 나빴던 일을 같은 선상에 놓고 보게 된다. 1년 365일 따져보면 그저 그렇게 괜찮게 흘러간 날들이 참 평온한 하루고, 감사한 하루다.

     

    내년에도 감사하면서, 내 손으로 컨트롤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신께 맡기고 뚜벅뚜벅 잘 걸어가는 한해가 되기를.

     


    #6 건강

     

    정신건강에 대해서 먼저 말해보자면, 올해는 '이 정도면 선방했지' 라는 말로 이런저런 부정적인 감정들을 얼렁뚱땅 가볍게 잘 넘겼다. 

     

    집을 잘 관리하고, 일상을 정돈하고, 산책하며 하루의 기분 좋은 잠깐을 만들어 주는 것, 요리를 해먹고, 일찍 잠드는 루틴을 올해 중순까지는 제법 잘 유지하면서 스스로 건강하고 행복한 느낌을 충분히 자각하면서 지냈다.

     

    이 루틴은 락다운을 기점으로 휘청하면서 길어진 재택근무로 지금은 약간 흐트러진 채 지내고 있다. 최근에는 일에 모티베이션이 좀 약해졌고, 개인시간도 무의미하게 흘려보낸다. 핸드폰을 과하게 사용하는 것 같아서 드디오 오늘 스크린타임 제한을 걸었다. 예전에는 소셜미디어를 과하게 쓴다는 느낌이 들면 앱을 곧 잘 지우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이상하게 FOMO가 있는 것 같다. 사실 정말 쓸데없는 것들만 보는데... 이렇게 쓰고보니 그냥 지워도 될 것 같기도 하다..ㅋㅋ 항상 이런 오르락 내리락 시기가 있는듯. 항상 건강하길 바라면 그것도 욕심이려나? 그래도 이런 내리락 시기를 좀 짧게 쳐내야 할 것 같긴 하다. 

     

    신체건강은.. 락다운때 받은 스트레스로 오랫동안 끊었던 담배를 몇 달 다시 피웠었다. 언제 어떻게 다시 금연했는지 기억이 안나는 거 보면 락다운 풀리면서 자연스럽게 또 흡연욕구는 사라진 듯. 위염은 다시 또 도져서 한번 고생했지만 내시경 했을 때는 큰 변화는 없다고 했다. 그냥 계속 잘 관리해야 할 듯. 여전히 술과 커피, 매운음식 등 너무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고 있다. 기름진 음식을 줄이는게 가장 어렵다 ㅠ 

     

    운동이라고는 산책, 스트레칭, 볼더링이 다 인데, 내년에는 근육량을 눈에 보일만큼 늘리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마땅한 이유는 없고.. 그냥 살면서 한번쯤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강하고 멋있는 수준에 가보고 싶다. 

     


    #7

    2021년 계획표를 보니 나름 중요한 이슈들은 잘 성취하면서 한 해를 보낸 것 같다. 올해는 확실히 기쁘고 감사한 일이 더 많았다. 내년에도 스스로 잘 챙기면서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길 바래본다. 남은 휴일동안 2022년 계획을 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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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NO-G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