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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결 허상
    날들/의식의 흐름 2015. 11. 3. 22:57

    이번에 나온 슈가볼 미니앨범에 '잠든 널 두고 나오며' 라는 곡을 들으면 첫 가사가 장면을 묘사해서인지 어떤 세세한 장면에 색감, 빛깔같은 것들이 제법 뚜렷한 이미지로 그려진다. 소리가 이미지나 향기, 기운같은 다른 감각으로 강하게 연결되는 일들이 종종 있는데 어릴 적에 마이앤트메리의 음악은 대부분이 그랬다. 좋아해서 여러번 들었던 음악이라 이미지도 그만큼 뚜렷한데 교복입던 시절에 떠올렸던 장면들임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음악을 들으면 똑같이 떠올려진다. 자기 전 이어폰을 귀에 꽃아놓고 공상했던 세계를 소리를 매개로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감각하는 것은 항상 연결고리를 만들어준다. 어떤 것과 연결이 될지는 모르나 기억이 될 수도 있고, 허상이 될 수도 있고, 영감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설령 불편한 날이 더 많을지언정 감각에 날을 세우고 예민하게 지내는 것이 나로써는 더 쓸모가 있어진다. 쓸모가 있다고 여기기 전에 실은 선천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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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며칠 누군가가 무척 그립고 보고싶어져서 슬픈 기분까지 느꼈다. 그런데 그 누군가를 입 밖으로 내뱉으면서 그 사람의 실체. 그러니까 실제로 그 사람과 나 사이에 일어난 사실들을 이야기하게 되면서 내가 그리워하던 허상의 그 사람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렇게 되면 내 기분이 불쌍하다. 그렇게나 그리워한 내 기분이 민망하다. 생각해보면 내가 그 사람의 실체를 알았던 적이 있나 싶기도 하다. 세상 제일 가엾은 기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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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NO-G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