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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장에 대한 일종의 담보
    날들/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2021. 5. 9. 22:41

     

    긴 시간동안 이직을 시도한 끝에 지난 2월 오퍼를 받았다. 두 달 넘게 비자 트랜스퍼 과정을 거친 후, 지금 2주 째 이직한 회사로 출근중이다.

     

    드디어 Product Designer로서 일을 한다. 하 정말 여기까지 오느라 정말 긴 시간을 지나왔다. 핑계를 대자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래도 왜 이렇게 오래걸렸나 자책하고 싶지는 않다. 지루할 만큼의 그 긴 시간동안 안주하기보다 답답해하면서 조금씩이라도 걸어온 나를 칭찬해야지.

     

    어떤 전환점을 찍을 때마다 내가 찍고 지나온 점들을 뒤돌아 보게 되는데, 계속 나아지고 성장하고 있는 궤적이 보이니 참 다행스럽다. 

     

    잘 하고 있다는 말은 누군가로 부터 들을 때도 기쁘지만, 스스로 납득이 될 때 더 의미있게 느껴지는데, 이번 움직임은 그렇게 스스로 납득이 되는 성장이라 기분이 남다르다. 아주 오랜만에 성취라는 감정을 느꼈다.

     

    자리를 옮겨가는 동력이 뭐였나 돌아보면, 늘 내가 서 있던 자리에 대한 불만족으로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로 옮겨왔다. 그러다보니 옮겨간 그 곳이 정말 내가 원하는 곳 인지에 대한 확신은 모자랄 때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좀 더 명확한 느낌이 있다. 여러가지 정해놓은 기준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도 양보하지 않고 전부 충족되는 조건으로 이직을 해서 그런것 같다.

     

    새삼 감격스럽고, 디자이너로서의 자아정체성도 다시 순식간에 강해졌다. 먹고 살려고 디자인하는게 아니라, 디자인을 하고싶어서 사는 이 기분이 그동안 너무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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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주 밖에 안 되어서 아직 새로운 것이 엄청 많고 다 파악하려면 멀었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일해보고 느끼는 점이라면, 너무너무 재밌는데 진짜 어렵다는 것이다. 어려워서 재밌는건가. 이번에 맡게 된 포지션에서는 결정권과 책임이 더 많은 것 같다. 

     

    전체 업무시간의 반 정도는 미팅을 하면서 보내는게 좀 생소하다. 플래닝을 위한 회의들이 엄청 많고도 길다. 아직 시작은 안했지만 그토록 원하던 유저리서치와 워크샵 진행도 스스로 준비해서 진행하게 될 듯 하고, 애자일 스프린트 방식으로 일을 하게 되는 것도 처음이라 새롭지만 전형적인 IT 업계에 발을 들인 느낌을 준다.

     

    어려운 점은 진짜 여러가지인데.. 일단은 한 회사에서 오래 일했다보니 익숙한 대화만 해서 이제 내가 영어를 꽤나 괜찮게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큰 착각임을 깨달았다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로운 업무프로세스라서 모르는 jargon이 많은 것도 이유겠지만, 뭐 이유야 어쨌건 빨리 적응을 하고싶다. 덕분에 퇴근하고 집에서 계속 공부 혹은 잔업을 하느라 하루가 꽉 찬다. 주말은 의식적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쉬려고 하지만 자꾸만 손이 일로 간다.. 이렇게 6개월만 지나도 엄청 성장해있을 것 같아서 신이 난다. 영어라는 언어실력 뿐만이 아니라 소통능력, 설득력, 기획력, 시간관리 등등 필요한 스킬이 많은 환경이다. 뭔가가 어렵고 거기에 도전하는 것이 신나는 기분으로 다가오는게 정말 오랜만이다.

     

    이전 회사에서 성장한 부분 중에 정말 중요한 것 하나를 고르자면, 모르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물어보는 힘을 기른 것이다. 덕분에 당장 회사에서는 모르는 걸 이해가 될 때까지 계속 질문을 하고있다. 일단 한 번 이해가 되고나면 뇌가 빠릿빠릿하게 돌아가는게 느껴져서 진짜 재미있고 짜릿하다. 솔루션 내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있고, 팀에서도 긍정적으로 피드백이 와서 보람도 있다. 앞으로 어렵고 불안하고 좌절스러운 순간들도 찾아오리라는 강력한 예감이 드는데..ㅠㅋㅋㅋㅋ 그럼에도 내가 이 감각을 잘 기억하면서 극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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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분위기는 무척 자율적이다. 많은 호주의 IT회사가 그렇듯 일단 출퇴근 시간은 자유롭다. 그리고 주 2일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데, 아무도 매니저나 팀에게 언제 재택근무를 하는지 리포트 혹은 허락을 구하지 않고 자유롭게 재택근무 날짜를 정한다. 때문인지 모든 미팅은 Zoom으로 진행되는 점이 다소 독특하다. 

     

    그리고 엄청나게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팀원이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의 호주회사가 다인종, 다국적으로 이루어져있긴 하지만 그래도 50%정도는 호주인인것 같은데, 이번에 들어가게 된 회사는 각국에서 2%씩 온 느낌이다. 그래서 다들 아주 다양한 액센트로 영어를 하고, 나처럼 언어장벽을 느끼는 팀원들도 몇몇 있어보인다. 물론 이걸 핑계로 안주하면 안되겠지만 어떤 면으로는 inclusion 되는 느낌이 있어서 좋다. 발전할 필요성은 느끼지만 과도한 불안감은 느끼지 않아도 된달까.

     

    또 한편으로는 언어장벽이 있어보이는 팀원들도 대단한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어서 그게 나한테 큰 자극으로 다가온다. 완벽한 영어가 중요한게 아니라 소통능력, 또 팀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게 중요하고 그게 얼마나 좋은 결과로까지 이어지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있자니 임파워링이 된다.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영어는 소통의 도구일뿐 목적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똑똑하고 능력있는 팀원들과 일하는 건 항상 감사한 기회다.

     

    팀 리더들은 팀원들에게 신뢰와 믿음을 많이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자율적인 환경에서도 다들 책임감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일한다. 회사에서 스톡옵션 받는 것도 처음인데, 정말 회사가 잘 성장했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열일하게 되는 좋은 장치인 것 같다..!

     

    정말 6개월 쯤 지나고 나면 회사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지게 될까. 모든 사람과 조직이 완벽하지 않듯 불만도 생기긴 하겠지만 아직까지는 느낌이 좋다. 성장에 좋은 동력이 되기를 바래본다.

     

    스스로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면, 번아웃 되지 않도록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과 디자이너로써의 정체성은 지키되 회사를 위한 인생을 살지 않도록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것이다. 앞으로 한 두달 정도는 열심히 달려서 캐치업 해야겠지만 워낙 에너지 총량이 높지 않으니까 자칫 건강이 망가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신경써서 잘 조절해야지. 

     

    최근에 이직준비를 포함해서 집에서 쉴 때도 클럽하우스에서 종일 디자인 이야기만 하고 너무 성장에 집착하는 몇달을 보낸 것 같다. 물론 계속 성장하고 싶은 욕망은 부글부글 하지만.. 길게 봐야 하니까 의식적으로 잘 쉬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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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NO-G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