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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들/의식의 흐름 2016. 8. 2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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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나이먹음은 경험치+5 의 연속인데 모든 일에 양면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 '경험'이라는 요소만큼 날카로운 양날의 검도 없다 느낀다. '이런건 겪어봐서 알아' 라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면서도 어쨌든 이미 겪어봐서 아는 그 불쾌함의 경험은 결코 겪어보지 않은 것처럼 되진 않는다. '그건 그거고, 이건 또 다를꺼야'라는 생각이 '그 때 겪어보고도 또 당하냐'가 될까봐 벌벌 떤다.


    그렇게 이런저런 좋고 나쁜 경험을 지나면서 과연 내가 더 현명해지고 있나. 그래서 그런 일들에 대해 다음에는 어떻게 대처할지 내가 충분히 생각을 해봤나. 자문해봤는데 내 답들은 어느시점 이후로 점점 단순해졌더라. '다음엔 이런 일들에 발 담구지 말자. 도망치자.'로 모든 나의 답이 수렴되면서 여기까지 온 이 상황에 내가 얼마나 나이를 헛먹고 있었는지 새삼스레 깨닫는다.


    며칠 전 어떤 애에게 어른인 척 했던 조언을 나에게 그대로 대입해본다. 어차피 마음 편하게 지내는 건 주변에서 오는게 아니라, 내가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달린거라고. 그래서 어떻게 할까. 이건 또 다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다시 애처럼 뛰어들까. 설령 또 불쾌한 결과를 번복할지라도 지난 날 처럼 열내지 않는게 내 답이 될까. 초연해질 수 있을까. 언제까지 이렇게 계속 운에 맡기는 기분으로 살아야할까. 


    하아. 사실 이게 남 일이라고 생각하면 갑자기 존나 쉽다. 세상에 웃을 일도 있고 울 일 도 있는거지. 웃다 울다 그렇게 사는거지 뭘 계속 웃으려고만 해. 허허허.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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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곳으로 오면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아무래도 사람들과의 거리다. 이 거리감이 현실이 되기를 앞두었을 때, 떠나는 나와의 거리감을 걱정하고 서운함을 표하던 내 친구들과는 달리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애초에 친구들과 연락을 자주하지도 자주 만나지도 않았었고 외로움을 자초하던 삶은 익숙해진지 이미 너무 오래되었기에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거라 예상했다.


    근데 이건 내가 예상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였다. 오래된 친구들을 멀리 떠나보낸 적도, 멀리 두고 온 적도 없었으니까. 내가 그 곳들을 얼마나 오래 비워두던지 먼지는 조금 쌓일지언정 언제든지 찾아가 먼지를 털고 앉아 숨을 길게 내쉬면 안정감을 주는 고향같은 관계였다. '찾아가면 늘 그 자리에 있는 것' 에 중요한 조건은 '찾아갈 수 있다는 것'과 '그 자리에 계속 있다는 것' 인데 이 두가지가 결여된 지금의 변화가 너무 새로워서 이상하다.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불안한건가.


    생각해보면 사실 먼지쌓일 정도로 오래 시간을 두고 그 관계를 비워둔 적도 없었네 싶다. 자주는 아니여도 정기적으로 걔네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그렇게 걔네들과의 관계를 늘 반질반질 깨끗하게 유지하는데 나는 꽤나 노력을 기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 빨리 깨달을 만큼 신경쓰고 있었다.


    이 관계들이 지금의 새로운 상황 속에서 어떻게 변할까. 변하지 않지는 않을 것이다. 뭔가 새로운 면들을 또 보게 될 거고, 서로에게 모르는 시간들이 생겨나겠지. 그렇게 비워지는 시간들을 얼만큼 노력해서 채워나갈지 어쩔지는 또 모르는 것이다. 그게 비워져도 괜찮은 관계도 있을 것이고, 치명적인 관계도 있을 것이고, 잊혀지는지도 모르게 잊혀질 관계도 있을 것이다.


    사람은 늘 계절처럼 왔다 가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또 그 사람이 나의 어떤 영역에 들어와있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다. 그렇게 평생 가지 않을 것처럼, 절대 떠나보내지 않을 것 같은 영역에도 꽤 많은 사람들을 내 멋대로 앉혀놨던 것. 계속 다정하게 그 자리에 있어주길 바래도 내 맘처럼 되지도 않겠지. 이렇게까지 시니컬하게 말하면서 나는 여기서까지 나를 방어해야 하나 하는 생각ㅋㅋㅋ 으엉엉 걔네들이 그 자리에 있어주길 마음 깊이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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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NO-G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