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
원하는 삶의 모양날들/의식의 흐름 2024. 1. 27. 23:14
달리기만 하던 삶이 잠깐 멈추었다. 실은 멈춘 동안에도 달려나갈 방향을 모른채 제자리 걸음을 종종 하고있었던 것 같아. 늘 있던 자리가 싫어서 도망치기를 목적으로 한 달리기. 머무는 곳들이 늘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도망칠 구실을 또 찾느라 바빴는지. 달리기를 위한 달리기였나. 왜인지 끝이 없는 달리기. 달리고 있을 때는 뒤를 볼 수 없다. 타의에 의해 멈춰진 삶에 겨우 억지로 한숨 돌리며 뒤돌아보는 시간. 어떤 조건들이 충족되어야만 가질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유나 행복, 실체없는 것들을 쫓아온 날들이 보인다.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트랙 바깥에서 나뒹구는 작은 행복과 사랑들도. 삶을 단정하고 아름답게 꾸려나가는 사람들을 찬찬히 본다. 불안정한 삶이라 말로는 투덜대지만 눈가에도 입가에도 평화로움이 흐르는 얼..
-
2023/ 3-4월날들/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2023. 4. 29. 23:36
#1 멜번 3월에 뭐했는지 모르겠고.. 4월 초에 멜번에 갔다왔다. 코비드기간 빼고는 매년 이스터 홀리데이에 3-4일정도 멜번을 놀러갔는데 이번에는 이사 시기도 대충 맞아서 멜번으로 이사를 고려해볼까 하고 2주로 일정을 길게 잡고 갔다왔다. 난 처음에 호주에 왔을때 멜번으로 들어왔다. 멜번에서 6개월을 살고 직장 때문에 시드니로 와서 6년을 살았다. 10배나 더 되는 시간을 시드니에 살면서도 멜번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는건 분명한 이유가 있겠지 싶어서 직접 가서 다시 경험하고 싶었다. 뭐가 나를 이렇게 질척이게 만드는지..ㅋㅋ 그리고 영주권이 나오면 집을 구매할 생각을 하고있기 때문에 지금쯤 멜번을 다시 고려해보고 싶기도 했다. 호주에 정착하고 싶은건 맞지만 시드니가 내가 정말 정착하고 싶은 도시인지에 ..
-
2023/ 1-2월날들/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2023. 2. 26. 21:26
ㅋ.. 한달에 한번씩 쓰려고 했는데 밀려서 두달치 일기. 일단 새해 첫 주부터 장염인지 식중독인지 배탈이 나서 일주일정도 고생했다.. 액땜이길.. #본격 운동 새해라고 운동을 적극적으로 시작했다. 출근 전에 15분 스트레칭하고 (집 밖에서 산책 혹은 달리기 하려고 했으나 두 번 하고 안되겠다 싶어서 스트레칭으로 바꿈 ㅋㅋ) 퇴근 후에는 짐 가서 유산소랑 웨이트 둘다 시작.. 처음에 벅찼던게 조금씩 적응되는게 몸으로 느껴지니 확실히 운동감각이 돌아오는 것 같아서 좋다. 아침 스트레칭은 한달정도 열심히 하다가 지금은 잠의 유혹이 이겨서 또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다시 루틴으로 잡아보려고 노력중.. 비교적 퇴근 후 운동은 꾸준히 하고있다. 짐에서 머신을 쓰는 건 혼자 유튜브 보면서 해보니 어떤날은 자극이 오..
-
2022 회고날들/1 년이 지남 2023. 1. 9. 16:39
갈수록 한해가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올해도 여느때 처럼 오르락 내리락은 있었지만 비교적 큰 변화 없이 무탈하게 지나갔다. # 한국 코로나로 인한 여러가지 제약들이 풀려서 그동안 여러번 취소되었던 여행을 좀 다녔다. 올해 이스터 때는 코로나 전 여느때처럼 멜번을 갔고, 8월엔 케언즈도 또 갔다. 그리고 무려 5년 만에 한국을 갔다. 5년 전에도 아주 잠깐 다녀온거라 거의 6년 만에 갔다고 해도 무방할 듯 싶다. 6년, 뭔가 잊혀지기에도 기억되기에도 애매한듯한 세월인데 기억되는 일이란 몇해가 지났는가와는 또 하등 상관 없는 것 같았다. 별 노력없이 기억된 시간들이 친구들의 입을 빌어 대화 중간 불쑥불쑥 등장했다. 스치는듯한 이야기였지만, 실은 내가 잊으면 없던 일이 되버리는 날들이라 친구들의 증언을 통해..
-
2021 회고날들/1 년이 지남 2022. 1. 2. 00:19
#1 커리어 올해 가장 큰 변화는 이직이였다. 작년부터 이직을 오랜시간동안 꾸준히 시도했었는데, 정말 핏이 잘 맞는 인연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인터뷰, 연봉협상, 비자까지 별 막힘없이 술술 진행됐다. 이전 회사와 비교해보자면, 포지션도 다르고 회사 성격이나 규모도 달라서 적응해야 할 점들이 많았다. 몇달동안 매일 반나절 이상을 미팅하면서 보내기도 했고, 입사한지 2주만에 회사 전직원이 참여하는 전체미팅에서 내 디자인을 프레젠테이션 하게 되는 극한의 상황에 빠지기도 했었다. 그런 경험 처음이라 진짜 아찔..했으나, 다행히 반응이 좋아서 결과적으로는 나한테 좋은 기회였었다. 현 회사에서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써 프로덕트 전반에 걸쳐서 큰 그림을 그리는데 관여를 훨씬 더 많이하고 결정권도 영향력도 큰 편이라 ..
-
성장에 대한 일종의 담보날들/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2021. 5. 9. 22:41
긴 시간동안 이직을 시도한 끝에 지난 2월 오퍼를 받았다. 두 달 넘게 비자 트랜스퍼 과정을 거친 후, 지금 2주 째 이직한 회사로 출근중이다. 드디어 Product Designer로서 일을 한다. 하 정말 여기까지 오느라 정말 긴 시간을 지나왔다. 핑계를 대자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래도 왜 이렇게 오래걸렸나 자책하고 싶지는 않다. 지루할 만큼의 그 긴 시간동안 안주하기보다 답답해하면서 조금씩이라도 걸어온 나를 칭찬해야지. 어떤 전환점을 찍을 때마다 내가 찍고 지나온 점들을 뒤돌아 보게 되는데, 계속 나아지고 성장하고 있는 궤적이 보이니 참 다행스럽다. 잘 하고 있다는 말은 누군가로 부터 들을 때도 기쁘지만, 스스로 납득이 될 때 더 의미있게 느껴지는데, 이번 움직임은 그렇게 스스로 납득이 되는 성장이..
-
2020 회고날들/1 년이 지남 2021. 2. 16. 21:22
벌써 2월 중순이니 연말회고라고 하기에는 너무 늦었지만 여유가 조금 생긴 김에 써보는 2020년 회고. 모두가 그렇듯이 나도 코로나의 영향을 받아 예상치 못하게 일어난 일들을 처리하고 수습하느라 한 해를 다 보낸 것 같다. 좋을 때와 그렇지 못할 때의 갭이 유난히 컸는데, 울며 겨자먹기로 혼자서 어떻게든 헤쳐나간 나에게 너무 고생했고 수고했다고 토닥토닥 해주고 싶은 한 해였다. 지나고보니 한 뼘 성장해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제는 정말 독립적인 어른이 된 느낌이다. 좋았던 일부터 복기해보자면, 호주에는 코로나가 조금 늦게 도착한 편이라 1월 2월은 유럽과 뉴질랜드 여행으로 정말 행복하게 보냈다. 그 전에는 여행할 기회가 없어서 여행이 좋은지 어쩐지도 모르고 살다가 처음으로 마음먹고 여행을 했다. 낯선 공..
-
자아정체성날들/의식의 흐름 2020. 10. 25. 14:32
#1 오춘기인가. 자아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서른 넘어서 또 하고있다. 그간 나를 스스로 수식할 수 있는 말들이야 많이 있었겠으나 그래봤자 학생, 직장인, 여자 같은 평범한 말들이였을것이다. 수식이라기보다 카테고라이징을 구지 하자면 그런 역할 안에 놓여져 있는 거겠지만..? 그 역할 속에서 다들 성실하게 모범생, 유능한 회사원, 착한 딸, 사랑스러운 여자 등등.. 이 되기 위해 열심히 살고있다. 그에 반해 나는 그 기준에서 거리가 좀 있어서 종종 불성실한 학생, 당돌한(버릇없는) 신입, 이기적인 장녀로 불렸다. 그럴 때마다 쭈구리 같은 마음이 들긴 했지만 잠깐이고(?) 왜인지(...) 크게 개의치 않고 살아왔다. 나한테 별로 중요한 역할이 아니였던 것 같다. 내가 중요하게 여겼던 정체성은 따로 있는데 그건..